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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R.U.R 로줌 유니버설 로봇 (카렐 차페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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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줌 시니어는 살아 있는 물질을 구조화 하는 방법을 찾아낸다. 자연이 전혀 맞닥뜨리지 않은, 더 간단하고, 더 형태가 뚜렷하며, 더 신속한 방법이었다. 그는 여러 화학공식들로 인간을 창조하기 시작한다. 사람과 똑같은 생명체를 만들어서 더이상 어떤 신도 필요 없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그러나 10년이나 걸려서 만든 인간 그자체로는 생산성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었다. 그래서 로줌 주니어는 시니어의 인간을 보완해 노동하는 로봇을, 팔아먹을 수 있는 로봇을 제작하게된다.

 

로줌 시니어: 인간을 만듦 (신의 영역에 대한 도전)

로줌 주니어: 노동하는 기계를 만듦 (쓸데없는 감정, 조직을 제거하여 단순하고 실용적인 일꾼으로 변모)

 


 

로봇 제작 기술을 물려받은 사람은 R.U.R의 대표인 '해리 도민'이고, 공장에 견학 차 방문한 '헬레나 글로리오바'에게 반하게된다. 인간과 똑같이 생긴 비서 '술라'와 '마리우스'의 정체가 로봇임을 알게된 헬레나는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그들에게 동정심을 가지며 도민을 혐오하게된다. 죽음을 두려워하지않고 그저 주어진 일을 묵묵히 해내는 영혼없는 로봇들의 모습에 반감을 샀으리라. 공장에서 일하는 모든 사무원이 로봇이라고 들은 헬레나는 이후 만난 R.U.R에서 근무하는 진짜 '사람'들을 로봇으로 오인하여 그들에게 도움을 줄테니 공장에서 벗어나자고 제안한다.

 

헬레나에게 있어 로봇이란 인간성을 상실당한 채 노동만 하고있는 인간이었다. 겉모습으로는 도저히 구별해 낼 수 없을 정도로 정교한 탓에 그녀는 진짜 인간을 로봇으로 오인하였고, 이는 작가가 현대인의 표정없는 얼굴에서 '로봇'을 떠올렸음을 알리고 싶어한 장면이었다.

 

로봇에게 감정이 없다는 것을 알고있음에도 불구하고 헬레나는 지속적으로 로봇에게 '사랑'과 같은 감정을 알게 해주려고 시도한다. 로봇을 노동력의 수단으로 보는 도민과는 완전히 다른 접근방식이었던 것이다. 그런 헬레나를 도민은 이해하지 못하지만 생리학과 실험부서장인 '갈' 박사는 헬레나의 부탁을 받고 로봇의 자극에 대한 감수성을 변화시켜 그들을 사람에 가깝게 만들어준다. 헬레나는 로봇들이 감수성의 변화를 통해 인간을 이해하고 서로 상생하는 긍정적인 미래를 예상했었을 것이다. 그러나 결과는 정 반대였다. 로봇의 반란이 시작된 것.

 


 

사람들은 더이상 아이를 낳지 않는다(갖지 못한다). 고통스러운 노동은 사라졌고, 우편물, 전보, 신문도 끊겼다. 더이상 아무것도 생산하지 않는 상태에 이른 것이다. 모든게 멈춰버린 순간, 움직이는 것은 오직 로봇뿐이다. 사람들을 대신해 전장에 나가 싸우고 명령받은대로 사람들을 죽인다. 헬레나의 유모 '나나'는 이 모든 것이 조물주를 거스르려한 사람들의 잘못이라 말한다. 인간과 똑같이 생긴 기계덩어리를 만들어 신의 모습을 훼손한 로줌의 신성모독때문이라 말한다. 도민은 이 모든 것(전쟁)을 새로운 시대로 나아가는 과도기적 현상으로 치부한다. 그런 도민에게 헬레나는 로봇들이 반란을 꾸미도록 선동했다는 계획을 말하지만 그 역시 웃음으로 넘겨질 뿐이다.

 

한편, 알퀴스트는 여전히 비계위에서 벽돌을 나르고 건축물을 손보는 것을 즐긴다. 그는 진보가 야기한 불안감을 잊기 위해선 적당한 근심과 노동이 도움이 된다고 믿는다. 그렇기때문에 로줌의 로봇들이 파괴되었으면, 사람들의 영혼과 육체에 해로운 것들이 깃들지 않았으면 하고 바란다. 저주받은 지상낙원이 끝났으면 하고 바란다.

 


 

도민: 알퀴스트, 이게 우리의 마지막 시간이네. 벌써 저세상에서 말하고 있는 거나 마찬가지지. 알퀴스트, 노동의 노예가 되는 세상을 깨부수는 것, 그건 나쁜 꿈은 아니었네. 사람들이 짊어져야 했던, 사람들을 비천하게 했던 그 지긋지긋한 노동. 더럽고 살인적인 중노동. 오, 알퀴스트, 우린 지나치게 힘들게 일했었어. 지나치게 힘들게 살았었지. 그래서 그걸 극복하는 게 -

 

알퀴스트: - 두 로줌의 꿈은 아니었지. 로줌 시니어는 자기의 반종교적인 엉뚱한 짓에만 관심이 있었고, 주니어는 수익에만 관심이 있었어. 그들의 관심사는 당신들, R.U.R 주주들의 꿈은 아니지. 주주들의 꿈은 배당금이네. 배당금의 대가로 인류가 멸망한다는 거지.

 

도민: (화가나서) 그놈의 배당금은 상관없어! 자네는 내가 그저 배당금을 위해서- 매시간을 일했을 거라고 생각하나? (책상을 치며) 난 그걸 나 스스로를 위해 한 거라고, 알겠나? 스스로의 만족을 위해! 난 사람이 주인이 되길 원했네! 더 이상 사람이 빵을 위해 살지 않기를! 어떤 영혼도 낯선 기계 옆에서 멍청해지지 않기를, 이제 더 이상 타락한 사회적인 쓰레기는 아무것도, 아무것도, 아무것도 남지 않기를 바랐다고! 비천함과 고통이 혐오를 느끼게 하고 빈곤이 나를 역겹게 하오! 난 새로운 세대를 바랐소! 내가 원했던 건 - 내가 생각했던 건-

 

알퀴스트: 그건?

 

도민: (소리를 낮추어서) - 난 인류 전체를 귀족 사회로 만들고 싶었네. 아무런 제한도 없고 자유로우며 절대 권력을 가진 사람. 예를 들면 기존의 인간보다 더 위대한 인간.

 


 

부스만: 친구, 자네들, 뭣 때문에 이런 아수라장이 만들어졌는지 아나?

 

파브리: 그게 뭔가?

 

부스만: 숫자지. 우리가 로봇을 지나치게 많이 만들었네. 사실 예측할 수 있었지 않나. 언젠가는 로봇이 사람보다 더 강해질 거라는 걸, 이런 일이 생길 거라는 걸, 이런 일이 생기게 되어 있었다는 걸. 그렇지? 하하, 이런 일이 가능한 빨리 일어나도록 우리가 만든 거지. 자네 도민, 자네 파브리, 그리고 나, 철부지 부스만.

 

도민: 자네는 이게 우리 잘못이라고 생각하는 건가?

 

부스만: 자네 대단하군! 자네 설마 생산의 지배자가 회사 대표라고 생각하는 건가? 이 생산의 지배자 또한 수요일세. 온 세상이 자기 로봇을 가지고 싶어 했어. 신사 여러분, 우리는 그저 산사태 같은 수요에 끌려다닌 것뿐이오. 그러는 동안- 기술에 대해, 사회적인 문제에 대해, 진보에 대해, 흥미로운 것들에 대해 떠들어 댔소. 마치 이런 수다들이 그 수요의 사티가 어디로 쇄도해야 하는지를 조종하는 것처럼. 하지만 그러는 사이 모든 것들은 스스로의 무게로 굴러갔소, 더 빠르게, 더 빠르게, 계속해서 더 빠르게 - 비참하고 보잘것없고 더러운 주문 하나하나가 사태를 악화시킨 거지. 바로 이런 거였다고, 사람들아.

 

헬레나: 부스만, 그건 지독한 얘기인걸요!

 

부스만: 헬레나 부인, 그렇죠. 나도 내 나름의 꿈이 있었죠. 새로운 세계 경제에 대한 부스만의 꿈. 너무 아름다운 이상이었습니다. 헬레나 부인, 말하기도 부끄럽군요. 하지만 내가 여기 이 대차대조표를 만들면서 든 생각이 있습니다. 위대한 꿈이 역사를 만드는 게 아니라 모든 정직한 사람들, 살짝 도둑놈 심보인 사람들, 이기적인 사람들, 즉 모든 사람의 작은 필요가 역사를 만드는 거죠. 모든 사상, 사랑, 계획, 영웅주의, 이런 모든 뜬구름 잡는 것들은 기껏해야 '이것 보시라, 사람이다'라는 명판을 달아 우주박물관에 쑤셔 넣는 편이 어울리겠죠. 끝. 자, 그럼 여러분은 지금 우리가 무얼 해야 할 지 내게 말해줄 수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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